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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족이야기4

"내가 뭘 먹었더라..." 치매 어머님이 식사를 잊으실 때 - 12년 며느리의 기록 "어머니, 점심 뭐 드셨어요?"요즘 저희 집 거실에서 가장 많이 오가는 대화예요.저녁때쯤 어머님 방에 들어가서, 평소처럼 여쭤봅니다."어머님, 오늘 점심 뭐 드셨어요?"어머님은 한참 천장을 보시다가, 손가락을 입가에 대시고 진지하게 고민하세요."내가... 뭘 먹었더라... 먹은 것 같은데..." 가끔은 "아니, 아무것도 안 먹었어. 하루 종일 굶었어"라고 하실 때도 있어요. 분명히 점심에 제가 챙겨드린 죽을 반 그릇 드시는 걸 본 게 두세 시간 전인데 말이에요.처음에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어머님이 정말 굶으셨다고 생각하시는구나' 싶어서요. 그러다가도 가끔은 "또 잊으셨네..." 하는 답답함이 올라오기도 했어요.오늘 이 글을 쓰는 건, 같은 자리에 계신 보호자분들께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에요"**.. 2026. 5. 13.
25살에 시집와서 친정엄마처럼 사랑받은 며느리, 코로나 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이유 25살, 처음 어머님 집 문을 들어서던 그날스물다섯에 시집을 왔습니다.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린 나이였어요. 결혼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고, 시댁이라는 곳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남편이 좋아서 그 집 문턱을 넘었던 것 같아요.아버님은 그때 이미 계시지 않았고, 어머님 혼자 아들을 키워내신 분이었습니다. 처음 어머님 댁에 들어가던 날, 솔직히 무서웠어요. "홀시어머니 시집살이 어려울 텐데" 주변에서 다 그랬거든요.그런데 어머님은 첫날 저를 보시자마자 손부터 잡으셨어요."아이고, 우리 아가 왔구나. 손이 차네, 들어와서 따뜻한 거 먹자."그 한마디로 저는 무너졌습니다. 친정엄마 손 같았거든요.저희 친정엄마도 일찍 고생을 많이 하셨던 분이었는데, 그 손의 따뜻함이 어머님 손에 그대로 있었어요. .. 2026. 5. 12.
치매 어머님의 망상, "며느리가 내 물건 훔쳐갔다"고 하셨을 때 - 26년 며느리의 현실 대처법 "네가 내 돈 가져갔지?" 그날 부엌에서 저는 그냥 서 있었습니다치매 가족을 돌보는 분들 중에 이 말, 한 번쯤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내 돈 어디 갔어. 네가 가져갔지?" "내 옷 어디다 숨겼어?" "내 화장품 가져간 거 다 알아."저는 이 말을 처음 들은 날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어머님이 저를 똑바로 쳐다보시면서, 26년을 함께 산 며느리에게 "네가 훔쳐갔다"라고 하셨던 그 순간이요.부엌에서 저는 그냥 서 있었습니다. 그릇을 들고 있던 손이 떨리는 줄도 모르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억울하다는 마음과, 어머님이 안쓰러운 마음이 동시에 밀려와서 결국 화장실로 가서 한참을 울었습니다.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도, 비슷한 경험으로 가슴에 멍이 든 분이 분명 계실 거예.. 2026. 5. 12.
치매 어머님의 난폭해진 감정, 정신과 약으로 바꾼 뒤 달라진 우리집 풍경 어머님이 더 이상 내가 알던 어머님이 아니었던 날26년이라는 세월을 같은 집에서 보내면 며느리도 그냥 며느리가 아니게 됩니다.아침에 일어나서 어머님 방문을 열고 "어머님 주무셨어요?" 인사하는 일이, 우리집에서는 26년째 이어진 하루의 시작이었어요.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살아온 시간, 그 안에 늘 어머님이 계셨고 어머님의 자리가 있었습니다.그런데 치매 진단을 받으신 지 12년쯤 되던 어느 무렵부터, 제가 알던 어머님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방문을 쾅 닫으시고, 별것도 아닌 일에 큰 소리를 내시고, 손주들에게 갑자기 화를 내시는 모습. 처음엔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신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그런 날이 점점 잦아졌습니다.밥상을 엎으려 하시거나, 약을 안 드시겠다고 약봉지를 던지시거나, 한밤중에 .. 2026.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