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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벌레가 있어, F킬라 뿌려야 해" - 치매 어머님의 가려움증과 망상을 함께 풀어간 우리집 이야기 새벽 두 시, 어머님 방의 불이 켜져 있었어요며칠 전 새벽 두 시쯤이었어요.자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어머님 방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살짝 방문을 열어봤더니, 어머님이 침대에 앉으셔서 한쪽 다리를 박박 긁고 계셨어요."어머님, 안 주무세요?" 조용히 다가가 여쭤봤더니, 어머님이 한숨 푹 쉬시면서 그러시더라고요."애미, 자꾸 가려워. 벌레가 무는 것 같아. 방에 벌레가 있어. 킬라 좀 뿌려라." 자세히 보니 어머님 팔과 다리에 빨갛게 긁은 자국이 여기저기 있었어요. 손톱으로 어찌나 긁으셨는지, 어떤 부분은 살갗이 일어나 있더라고요.저는 그날 밤 어머님 옆에 앉아서 한참 손을 잡고 있었어요. 어머님은 진심으로 방에 벌레가 있다고 믿고 계셨고, 진심으로 가려워서 견디기 힘드신 상태.. 2026. 5. 13.
"내가 뭘 먹었더라..." 치매 어머님이 식사를 잊으실 때 - 12년 며느리의 기록 "어머니, 점심 뭐 드셨어요?"요즘 저희 집 거실에서 가장 많이 오가는 대화예요.저녁때쯤 어머님 방에 들어가서, 평소처럼 여쭤봅니다."어머님, 오늘 점심 뭐 드셨어요?"어머님은 한참 천장을 보시다가, 손가락을 입가에 대시고 진지하게 고민하세요."내가... 뭘 먹었더라... 먹은 것 같은데..." 가끔은 "아니, 아무것도 안 먹었어. 하루 종일 굶었어"라고 하실 때도 있어요. 분명히 점심에 제가 챙겨드린 죽을 반 그릇 드시는 걸 본 게 두세 시간 전인데 말이에요.처음에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어머님이 정말 굶으셨다고 생각하시는구나' 싶어서요. 그러다가도 가끔은 "또 잊으셨네..." 하는 답답함이 올라오기도 했어요.오늘 이 글을 쓰는 건, 같은 자리에 계신 보호자분들께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에요"**.. 2026. 5. 13.
둘째 손목에 깁스를 한 날, 치매 어머님을 12년 모신 며느리는 왜 울었을까 응급실에서 깁스를 하고 나오던 길오래전, 둘째가 농구를 하다가 손목 뼈에 금이 간적이 있어요며칠 지켜보다가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응급실로 갔습니다. X-ray를 찍고, 깁스를 하고, 처방전을 받고. 의사 선생님이 둘째 어깨를 토닥이며 그러시더라고요."6주만 잘 보호하면 깨끗하게 붙습니다." 6주.그 단어가 그렇게 마음 편하게 들렸던 적이 없었어요. 둘째는 깁스를 한 팔을 들어 보이며 "엄마, 이거 색깔 좀 멋있지여?" 하고 농담까지 하더라고요. 다행이었어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응급실에서 차로 돌아오는 길,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흐르더라고요.둘째가 옆에서 "엄마 왜 울어? 나 괜찮아"라고 하는데, 저도 제가 왜 우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엄마가 걱정돼서 그래" 했어요.그날 밤 침대에 누워서야.. 2026. 5. 12.
25살에 시집와서 친정엄마처럼 사랑받은 며느리, 코로나 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이유 25살, 처음 어머님 집 문을 들어서던 그날스물다섯에 시집을 왔습니다.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린 나이였어요. 결혼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고, 시댁이라는 곳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남편이 좋아서 그 집 문턱을 넘었던 것 같아요.아버님은 그때 이미 계시지 않았고, 어머님 혼자 아들을 키워내신 분이었습니다. 처음 어머님 댁에 들어가던 날, 솔직히 무서웠어요. "홀시어머니 시집살이 어려울 텐데" 주변에서 다 그랬거든요.그런데 어머님은 첫날 저를 보시자마자 손부터 잡으셨어요."아이고, 우리 아가 왔구나. 손이 차네, 들어와서 따뜻한 거 먹자."그 한마디로 저는 무너졌습니다. 친정엄마 손 같았거든요.저희 친정엄마도 일찍 고생을 많이 하셨던 분이었는데, 그 손의 따뜻함이 어머님 손에 그대로 있었어요. .. 2026. 5. 12.
치매 어머님의 망상, "며느리가 내 물건 훔쳐갔다"고 하셨을 때 - 26년 며느리의 현실 대처법 "네가 내 돈 가져갔지?" 그날 부엌에서 저는 그냥 서 있었습니다치매 가족을 돌보는 분들 중에 이 말, 한 번쯤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내 돈 어디 갔어. 네가 가져갔지?" "내 옷 어디다 숨겼어?" "내 화장품 가져간 거 다 알아."저는 이 말을 처음 들은 날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어머님이 저를 똑바로 쳐다보시면서, 26년을 함께 산 며느리에게 "네가 훔쳐갔다"라고 하셨던 그 순간이요.부엌에서 저는 그냥 서 있었습니다. 그릇을 들고 있던 손이 떨리는 줄도 모르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억울하다는 마음과, 어머님이 안쓰러운 마음이 동시에 밀려와서 결국 화장실로 가서 한참을 울었습니다.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도, 비슷한 경험으로 가슴에 멍이 든 분이 분명 계실 거예.. 2026. 5. 12.
치매 걸리는 이유보다 더 무서웠던 건 가족이 느끼는 변화였습니다 “왜 치매에 걸리셨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시어머님이 치매 진단을 받으신 뒤 가장 많이 검색했던 말이 있습니다.바로 ‘치매 걸리는 이유’였습니다.가족들은 다 비슷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왜 치매가 생긴 걸까?”“미리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내 부모님도 그럴 수 있는 걸까?”저 역시 수없이 검색했습니다.하지만 긴 시간을 지나오면서 느낀 건 치매는 단순히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 어려운 병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노화라고 생각했습니다시어머님을 모시고 산 지는 26년이 되었습니다.예전의 시어머님은 정말 부지런하셨습니다.새벽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 가족 밥을 챙기시고, 손주들 걱정도 늘 먼저 하셨습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작은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시고, 물건 둔 .. 2026.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