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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제도

시어머님의 치매검사부터 치매초기치료까지, 한집 4세대 가족이 12년을 지켜온 이야기

by 기억창고 2026. 5. 10.

 

시어머님의 치매검사부터 치매초기치료까지, 한집 4세대 가족이 12년을 지켜온 이야기

 

 

올해로 시어머님과 한집에서 산 지 26년째입니다.

어머님께서 치매 진단을 받으신 지는 꼭 12년이 되었고요.

저희 집 거실에는 지금도 네 세대가 함께 앉습니다. 아흔이 되신 어머님, 저와 남편, 그리고 세 아이. 시끌벅적한 저녁 식탁에서 어머님은 가끔 저를 “새댁”이라고 부르세요. 26년 전 처음 이 집에 들어온 그 신혼 시절로 돌아가 계신 거죠. 막내가 “할머니, 저는요?” 하고 웃으면, 어머님도 영문은 잘 모르신 채 따라 웃으십니다.

저는 몇 년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지금은 가족요양으로 어머님을 직접 돌보고 있습니다.
처음엔 제도를 활용하려고 시작한 공부였는데, 배우다 보니 ‘아, 그때 그 신호가 그거였구나’ 하고 무릎을 친 순간들이 정말 많았어요.

오늘은 12년 전, 어머님을 모시고 처음 병원 문을 두드렸던 그날부터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혹시 부모님이나 시부모님께서 요즘 “좀 이상한가?”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우리 가족의 12년이 작은 이정표가 되었으면 합니다.

 

“좀 이상한데?” — 그 작은 신호를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어머님이 78세 되시던 해였습니다.

평생 김치를 척척 담그시던 분이, 어느 날 김치통을 냉장고가 아닌 베란다에 넣어두셨어요. 한두 번이면 “나이 드시면 그럴 수 있지” 했을 텐데, 같은 일이 일주일에 서너 번씩 반복됐습니다.

남편은 “어머니가 좀 깜빡하시는 거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큰아이는 그때 중학생이었는데, “엄마, 할머니가 내 이름을 자꾸 작은아빠 이름으로 불러요” 하더라고요.

결정적인 날은 따로 있었습니다. 가스불 위에 빈 냄비를 올려두신 채 안방에서 주무시던 날. 그날 밤 남편과 마주 앉아 “이건 더 미룰 일이 아니다” 결론을 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가 치매 초기 신호의 가장 전형적인 단계였습니다. 갑자기 이상해지는 게 아니라, 익숙하게 하시던 일에서 자꾸 작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 — 그게 사인이에요.

한집에서 오래 모신 며느리, 매일 같이 사는 자녀, 매일 인사 나누는 손주. 사실 누구보다 먼저 ‘느낌’이 오는 사람은 가족입니다.

그 직감을 의심하지 마세요. ‘설마’ 하는 마음에 6개월, 1년이 늦춰지는 사이,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 흘러갑니다.

 

치매검사,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할까

어머님을 처음 모시고 간 곳은 동네 보건소였습니다.

남편이 “병원부터 가자”고 했지만, 저는 보건소 치매안심센터부터 가보자고 설득했어요. 어머님께 “병원 간다”는 말은 그 자체로 부담이 크셨거든요. “건강검진 받으러 가요”라고 가볍게 말씀드리고 모시고 갔습니다.

60세 이상이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검사(인지선별검사·CIST) 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약 10~15분 정도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검사예요.

여기서 ‘인지저하 의심’ 결과가 나오면, 같은 센터에서 진단검사(신경심리검사) 로 넘어갑니다. 이 단계도 보건소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진단검사에서도 이상이 발견되면 대학병원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로 의뢰됩니다. 여기서 MRI, 혈액검사, 그리고 필요하면 아밀로이드 PET 같은 정밀 치매검사까지 진행해서, 알츠하이머인지 혈관성 치매인지, 혹은 다른 원인인지를 구분합니다.

순서를 정리해드릴게요.

단계 어디서 어떤 검사 비용

1단계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선별검사(CIST) 무료
2단계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진단검사(신경심리검사) 무료 또는 일부 지원
3단계 대학병원·종합병원 MRI, 혈액검사, PET 등 건강보험 적용 (산정특례 시 부담↓)

저희 어머님은 1단계에서 ‘인지저하 의심’이 나왔고, 진단검사에서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으셨어요. 그 6개월 뒤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 초기로 확진되셨습니다.

💡 꿀팁: 검사받으러 가실 때 가족 한 명이 꼭 동행하세요. 어머님은 “나는 잘 기억나요”라고 답하시는데, 옆에서 며느리인 제가 “어머님, 어제 김치통 어디 두셨더라?” 하고 거들면 의사 선생님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시거든요. 환자 본인의 답과 보호자의 관찰이 맞물려야 진짜 진단이 가능합니다.

 

치매초기치료, 빠를수록 ‘오늘의 어머님’을 더 오래 지킵니다

치매초기치료는 ‘완치’가 아니라 진행을 늦추는 싸움입니다.

이 표현이 야박하게 들릴 수 있지만, 12년을 모셔본 며느리로서는 이 한 문장이 가장 정직한 진실이라고 느껴요. 치료는 어머님이 오늘 지으신 미소를, 내일도 모레도 볼 수 있게 해주는 시간 벌기입니다.

어머님이 받으신 치매초기치료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① 약물치료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은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같은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입니다. 진행이 좀 더 있으신 분께는 메만틴이 추가되기도 해요. 약은 “먹으면 좋아진다”기보다 “안 먹으면 빠르게 나빠진다”에 가까워요. 그래서 거르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저희 집은 약 시간을 식탁에 자석으로 붙여둡니다.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에 “할머니 아침 약 드셨어?” 하고 한 번씩 확인하는 게 12년째 굳어진 풍경이에요.

② 비약물치료 (인지자극·운동·사회활동)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약만큼이나, 어쩌면 약보다 더요.

어머님은 일주일에 두 번 **주간보호센터(데이케어)**에 다니십니다. 그곳에서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고, 또래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시는 그 시간이, 집에만 계실 때보다 어머님을 훨씬 또렷하게 만들어줍니다.

집에서는 손주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지치료사’ 노릇을 합니다. 막내가 학교에서 배운 동요를 부르며 어머님 손을 잡고 박수를 치면, 어머님은 가사를 까먹으셔도 박수 박자는 정확히 맞추시거든요. 가족과 함께하는 모든 자극이 약입니다.

③ 동반 질환 관리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치매 진행을 가속화하는 동반자들입니다. 어머님은 매년 봄가을에 종합 검진을 받으시고, 혈압·혈당을 매일 아침 한 번씩 측정해요. 이 기록이 신경과 진료 때마다 의사 선생님께 큰 도움이 됩니다.

🌿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알게 된 가장 큰 진실: “치매는 환자 한 사람의 병이 아니라, 그 환자를 둘러싼 가족 전체의 생활 리듬이 함께 치료에 참여하는 병이다.”

그래서 저는 며느리 한 사람이 떠안지 마시라고 꼭 말씀드립니다. 남편의 한 마디, 손주의 노래 한 소절, 식구들의 식탁 분위기 — 이 모든 게 치료의 일부예요.

 

치매유전, 정말 자식에게 물려지는 걸까

어머님이 진단을 받으신 그 다음 날 밤, 남편이 거실 소파에 앉아 한참을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작은 목소리로 묻더군요.

“여보, 그럼 나도… 나중에 어머니처럼 되는 거야? 우리 애들도?”

치매 가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저도 그날 처음으로 ‘치매유전’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검색했어요.

알아본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체 알츠하이머 환자의 약 1% 미만만이 ‘유전성’ 치매입니다.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조발성 알츠하이머의 일부에서, APP, PSEN1, PSEN2 같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직접적 원인이 됩니다. 이 경우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머지 99% 이상은 ‘유전적 영향은 있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은’ 후천적 요인이 큰 치매입니다. 흔히 말하는 ApoE ε4 유전자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2~3배 정도 올라가지만,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모두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에요. 반대로 이 유전자가 없어도 치매에 걸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머님은 79세에 발병하신 노년기 알츠하이머이고, 윗대 어른들 중 명확한 치매 병력이 없으셔서, 우리 가족은 ‘유전성 알츠하이머’ 가능성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신경과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나서야 남편의 표정이 조금 풀렸습니다.

💬 가족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 치매유전이 무서워서 검사 자체를 미루는 분들이 계세요. 그러지 마세요. 알아야 대비할 수 있고, 대비하면 두려움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치매가족력이 있다면, 오늘부터 이렇게 준비하세요

‘유전’과 ‘치매가족력’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릅니다.

가족력은 유전자뿐 아니라 함께 살며 공유한 식습관, 생활 환경, 스트레스, 운동 부족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에요. 그래서 가족력이 있다는 건 ‘운명’이 아니라 ‘지금부터 다르게 살자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저희 집은 어머님 진단 이후, 가족 전체가 생활을 조용히 바꿨습니다.

① 식탁이 바뀌었습니다 짠 국물과 흰쌀 위주였던 식단을, 통곡물·생선·견과류·채소가 많은 지중해식에 가깝게 바꿨어요. 거창하지 않습니다. 김치를 덜 짜게 담그고, 흰밥에 잡곡을 섞고, 일주일에 두 번은 생선을 굽는 정도예요.

② 가족 모두가 ‘한 시간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저녁 먹고 어머님과 동네 한 바퀴. 처음엔 어머님 인지자극 때문에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남편의 혈압이 내려가고 제 무릎이 덜 아파졌어요. 아이들도 한 번씩 따라 나옵니다.

③ 50세 넘은 남편은 매년 인지검진을 받습니다 가족력이 있는 분이라면, 60세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50세 무렵부터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의 선별검사를 받아두세요. 무료입니다. 본인의 ‘평소 점수’를 알아두면, 나중에 변화가 생겼을 때 비교 기준이 됩니다.

④ 잠을 지킵니다 수면 중에 뇌의 노폐물(베타아밀로이드 등)이 청소된다고 해요. 저희 집은 밤 11시 전엔 모두 불을 끕니다. 아이들 학원 시간도 그래서 조정했어요.

⑤ 사람과의 관계를 끊지 않습니다 가족력보다 무서운 게 ‘고립’이라는 말이 있어요. 어머님이 주간보호센터에서 또래 어르신들과 함께하시는 그 시간이, 어떤 약보다 어머님을 또렷하게 만든다는 걸 12년 모시면서 확신하게 됐습니다.

 

12년이 며느리에게 남긴 한 가지

가끔 저녁상을 차리다 어머님이 “새댁, 고마워” 하고 작게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저를 ‘며느리’가 아니라 ‘새댁’이라 부르신 그 순간, 어머님 머릿속의 시계는 26년 전 신혼 시절로 돌아가 계신 겁니다. 처음엔 그게 슬펐어요. 12년의 돌봄을 잊으신 것 같아서요.

지금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어머님이 가장 행복하셨던 시절로 돌아가 저에게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는 것 — 이건 잃어버린 기억이 아니라, 12년 동안 우리 가족이 어머님께 남겨드린 따뜻한 기억의 흔적이라고요.

남편과 세 아이, 어머님과 저 — 다섯 식구가 이 집에서 만들어낸 12년의 시간은 의학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진실 하나를 알려줬습니다.

치매는 가족을 흔들지만, 그 흔들림 안에서 가족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치매초기치료를 망설이고 계신 분께, 치매검사 예약 전화를 손에 든 채 머뭇거리고 계신 분께, 치매유전이나 치매가족력이 두려워 잠 못 이루시는 분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오늘 한 걸음만 떼시면 됩니다. 보건소에 전화 한 통, 부모님과의 산책 한 번, 가족 단톡방에 “우리 한번 같이 알아보자” 한 마디.

그 한 걸음이, 5년 후 가족의 풍경을 바꿔놓을 거예요.

저희 집 거실의 시끌벅적한 저녁이 그 증거입니다.

 

💬 이 글을 읽고 계신 보호자 분들께 부모님이나 배우자, 시부모님의 ‘이상한 신호’ 앞에서 망설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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