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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케어

"방에 벌레가 있어, F킬라 뿌려야 해" - 치매 어머님의 가려움증과 망상을 함께 풀어간 우리집 이야기

by 기억창고 2026. 5. 13.

 

새벽 두 시, 어머님 방의 불이 켜져 있었어요

며칠 전 새벽 두 시쯤이었어요.

자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어머님 방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살짝 방문을 열어봤더니, 어머님이 침대에 앉으셔서 한쪽 다리를 박박 긁고 계셨어요.

"어머님, 안 주무세요?"

 

조용히 다가가 여쭤봤더니, 어머님이 한숨 푹 쉬시면서 그러시더라고요.

"애미, 자꾸 가려워. 벌레가 무는 것 같아. 방에 벌레가 있어. 킬라 좀 뿌려라."

 

자세히 보니 어머님 팔과 다리에 빨갛게 긁은 자국이 여기저기 있었어요. 손톱으로 어찌나 긁으셨는지, 어떤 부분은 살갗이 일어나 있더라고요.

저는 그날 밤 어머님 옆에 앉아서 한참 손을 잡고 있었어요. 어머님은 진심으로 방에 벌레가 있다고 믿고 계셨고, 진심으로 가려워서 견디기 힘드신 상태였습니다. 두 가지가 모두 사실이에요.

오늘은 같은 자리에서 어르신의 가려움증과 씨름하고 계신 보호자분들께, 저희 집이 한 달 동안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갔는지 차근차근 나눠드리려고 해요.


어머님이 가려워하시던 그 시기에 일어난 일들

어머님이 가려움증을 호소하시기 시작한 건 두 달쯤 전부터예요. 처음엔 별생각 없었어요. 환절기니까 피부가 건조해지셨나, 그 정도였죠.

그런데 점점 양상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어요.

밤새 긁으세요. 자다가 깨서 두세 시간씩 긁으세요. 다음 날 아침에 보면 손톱 밑에 살갗이 끼어 있을 정도였어요.

아무것도 안 드셨는데 가렵다고 하세요. "내가 뭘 먹었는데 가려운 거지" 하시다가 곧 "오늘 하루 종일 굶었는데도 이래"라고 하세요.

방에 벌레가 있다고 하세요. "분명히 뭐가 있어, 킬라 좀 뿌려라" 하시면서 침대 시트를 다 걷어내신 적도 있어요.

고기를 드시면 더 심하다고 하세요. 그런데 신기한 게 있어요. 명륜진사갈비에 가면 괜찮으시대요. 다른 데서 드신 고기는 가렵다고 하시는데, 거기 고기만 괜찮으시다고요.

저는 처음엔 다 피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머님 모시고 고양시 주교동에 있는 최병문 피부과의원에 갔습니다.


피부과에서 들었던 이야기

선생님이 어머님 피부를 자세히 봐주시면서 그러시더라고요.

"긁어서 생긴 상처는 분명히 있지만, 가려움증을 일으킬 만한 명확한 피부 질환은 없네요."

물론 노화로 인한 피부 건조증은 있으셨어요. 보습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어머님이 호소하시는 정도의 극심한 가려움증을 일으킬 만한 피부과적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는 거였어요.

선생님께서 약을 처방해주시면서, 조심스럽게 한 말씀 더 하셨어요.

"치매 어르신이세요? 이런 경우 정신적인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피부과 약과 별개로, 정신과 선생님과도 한 번 상의해보세요."

저는 그제야 깨달았어요. 어머님의 가려움증은 단순한 피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요. 그래서 그날부터 두 갈래의 길로 동시에 풀어가기 시작했어요.

  • 피부과: 피부과의원에서 처방받은 약과 보습
  • 정신과: 어머님이 다니시는 정신의학과 선생님께 망상 증상 상담

치매 환자의 가려움증, 의외로 흔한 증상이에요

알아보니 치매 어르신의 가려움증과 '벌레 망상'은 의외로 많이 보고되는 증상이더라고요. 컴포트 정신의학과 선생님께서 자세히 설명해주신 내용을 정리해드릴게요.

1. 진짜 피부 문제 (실재하는 부분)

치매 어르신은 노화로 피부가 매우 건조해져요. 가려움을 느끼는 신경도 예민해져 있고요. 그래서 실제로 가려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이걸 무시하면 안 돼요.

2. 감각 인지의 왜곡

치매가 진행되면 뇌에서 신체 감각을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져요. 그래서 작은 가려움도 '벌레가 무는 느낌'으로 잘못 해석되시는 경우가 많아요. 어머님이 일부러 그러시는 게 아니라, 뇌가 그렇게 신호를 받는 것이에요.

3. 망상 증상 (의학용어: '망상적 기생충 감염증')

치매 환자분들 중 일부는 "내 몸에, 내 방에 벌레가 있다"는 망상을 가지세요. 의학에서는 이걸 '망상적 기생충 감염증' 또는 '엑보맘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건 행동심리증상(BPSD)의 한 형태로, 정신과적 접근이 필요해요.

4. 식이 망상

"이 음식을 먹으면 가렵다"는 믿음도 망상의 한 형태일 수 있어요. 우리 어머님이 "고기 먹으면 가렵다"고 하시는 게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만 명륜진사갈비는 괜찮으시다는 부분이 흥미로워요.

5. 명륜진사갈비만 괜찮으신 이유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요. 선생님은 그러셨어요. "어르신께 그 식당이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라면, 그곳에서 드시는 음식에는 의심이 적게 생길 수 있어요." 즉, 고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 어떤 마음으로 드셨느냐'**가 가려움 호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였어요.

저희 집은 명륜진사갈비를 자주 갔던 곳이고, 어머님께도 가족과 함께한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에요. 익숙함 + 좋은 기억 = 망상이 잘 안 생기는 환경. 이게 우리 어머님의 패턴이었던 거예요.


한 달 동안 우리집이 시도한 7가지 방법

피부과와 정신과를 동시에 다니면서, 저는 매일 어머님 옆에서 어떻게 도와드릴지 고민했어요. 시행착오 끝에 자리잡힌 우리집 방법을 정리해드릴게요.

1. 매일 보습을 두 번 발라드려요

피부과 선생님이 가장 강조하신 게 보습이었어요. 치매 어르신의 피부는 건조 자체가 가려움의 큰 원인이거든요.

목욕 후 한 번, 잠들기 전 한 번, 하루 두 번 로션을 발라드려요. 어머님이 처음엔 "안 발라도 돼" 하셨는데, 손주들이 "할머니 우리도 발라요, 같이 발라요" 하니까 따라 하시더라고요.

2. 짧은 손톱을 유지해드려요

긁어서 상처가 깊어지지 않도록, 어머님 손톱을 짧게 다듬어드려요. 일주일에 한 번씩 손톱 정리를 해드리고, 손톱 밑에 보습 크림도 발라드려요.

3. 처방받은 약을 정확한 시간에 드려요

최병문 피부과의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피부 진정에 효과가 있었어요. 그리고 정신과 선생님께서 망상 증상 완화를 위해 약을 조정해주셨고요. 두 가지 약을 정확한 시간에 드시도록 매일 체크합니다.

4. "벌레 없어요"라고 반박하지 않아요

이게 가장 중요해요. 어머님이 "벌레 있어, 킬라 뿌려라" 하실 때, "어머니, 벌레 없어요!" 하고 반박하면 어머님은 더 흥분하세요. 본인 감각이 부정당하는 거니까요.

저는 이렇게 해요.

"어머, 가려우시구나. 제가 한번 볼게요. 어디가 그래요?"

그러면서 살펴드리는 척하고, "여기 한번 닦아드릴까요? 시원해지실 거예요" 하면서 보습제를 발라드려요. 감각 자체를 다르게 만들어드리는 거예요.

5. 침구를 자주 갈고, 어머님 앞에서 청소를 합니다

어머님이 벌레 망상을 보이실 때, 그 자리에서 어머님이 보시는 앞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침구를 갈아드려요. 실제로 벌레가 없어도, 청소하는 모습 자체가 어머님께 안심이 되거든요.

"방 깨끗해졌어요, 어머님. 이제 편하게 주무세요." 이 한마디로 그날 밤이 평온해진 적이 많아요.

6. 고기는 익숙한 곳에서만 드려요

어머님이 "고기 먹으면 가렵다"고 하시는 망상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고기를 안 드시게 할 수도 없잖아요. 단백질이 부족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어머님이 안심하시는 명륜진사갈비 같은 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고기를 드시도록 해요. 집에서는 닭고기나 생선처럼 어머님이 가려움증과 연결시키지 않으시는 단백질로 채워요.

7. 환경을 청결하고 단순하게 유지해요

어머님이 망상을 보일 때 환경이 어수선하면 더 심해지세요. 어머님 방을 늘 정돈된 상태로 유지하고, 불필요한 물건은 치우고, 밝은 조명을 유지해요. 환경 자체가 어머님께 안정감을 줍니다.


✅ 보호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치매 어르신의 가려움증을 겪고 계신 분들을 위한 체크리스트예요.

  • 피부 자체의 문제인지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아봤다
  • 가려움 호소가 망상 양상을 동반하는지 살펴봤다
  • 정신과 선생님과도 가려움 증상에 대해 상의했다
  • 매일 두 번 보습을 발라드리고 있다
  • 어르신 손톱을 짧게 유지하고 있다
  • "벌레 없어요"라고 반박하는 대신 감각을 전환해드리고 있다
  • 어르신이 안심하시는 환경(청결, 정돈, 익숙함)을 만들어드리고 있다
  • 식이 망상에는 무리하게 반박하지 않고, 익숙한 음식·장소를 활용한다

3개 이하면, 하나만이라도 오늘부터 시작해보세요. 어머님과 보호자 모두에게 분명 변화가 옵니다.


피부과만 가도, 정신과만 가도 풀리지 않아요

저희 집이 이 한 달 동안 가장 크게 배운 게 있어요.

치매 어르신의 가려움증은 한 군데만 가서는 잘 안 풀려요.

  • 피부과만 가면? → "약 발라도 어머님이 계속 긁으세요" 상태가 반복돼요
  • 정신과만 가면? → 실제 피부 건조와 자극은 그대로 남아요

저희는 피부과(최병문 피부과의원)와 정신과(컴포트 정신의학과)를 동시에 다니면서, 두 분 선생님께 어머님 상태를 공유했어요. 그러니까 비로소 어머님의 가려움이 진정되기 시작했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보호자분 중에서, 어르신을 한 군데만 모시고 다니고 계시다면 다른 한쪽 진료도 꼭 고려해보시길 권해요.


같은 자리에서 새벽잠 못 주무시는 보호자께

오늘 밤도 저는 어머님 방의 불빛을 한 번씩 확인해요.

어머님이 새벽에 깨셔서 긁고 계신 날은 살짝 들어가서 손을 잡아드려요. "어머님, 제가 로션 발라드릴게요" 하면서요. 어떤 날은 어머님이 "고맙다, 우리 며느리" 하시고, 어떤 날은 "벌레가 있어, 답답해" 하세요.

둘 다 어머님의 진짜 마음이에요. 가려움도 진짜고, 고마운 마음도 진짜고, 벌레가 있다는 믿음도 어머님 안에서는 진짜예요. 저는 그 진짜를 부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같은 자리에서 새벽잠을 못 주무시고 계신 보호자분, 외롭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어딘가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보호자가 분명히 또 있어요. 우리는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어요.

어머님 손에 로션을 한 번 더 발라드리고, 잠시 더 손을 잡아드리세요. 그 작은 시간이 어머님께도, 당신께도, 다음 새벽을 견디게 해줄 거예요.

메모리가드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함께 깨어 있을게요. 🌷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치매 어머님이 "벌레가 있다, 가렵다"고 하시는데 진짜 가려운 건가요, 망상인가요?

대부분 두 가지가 함께 있어요.

노화로 피부가 건조해서 실제 가려움이 있고, 거기에 치매로 인한 감각 왜곡과 망상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피부과 진료와 정신과 진료를 함께 받으시는 것이 가장 좋아요.

피부 자체 문제는 보습과 약물로 풀고, 망상 부분은 정신과 선생님과 상의해 약물 조절이나 환경 조정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한 군데만 가서는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많아요.

Q2. 어머님이 "벌레가 있다"고 하실 때 "없어요"라고 반박하면 안 되나요?

반박하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망상은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뇌의 신경학적 변화로 생기는 증상이에요.

"벌레 없어요!" 하고 부정하면 어르신은 자신의 감각이 무시당했다고 느끼시고 더 흥분하세요.

대신 "어머, 가려우세요? 제가 살펴볼게요" 하시면서 감각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켜드리는 게 효과적이에요.

보습제를 발라드리거나,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Q3. 어머님이 특정 음식만 먹으면 가렵다고 하시는데,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봐야 할까요?

확실한 판단을 위해서는 한 번 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아요.

진짜 알레르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거든요.

다만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데도 계속 특정 음식만 가렵다고 하신다면, 식이 망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음식을 강제로 금지하기보다는, 어르신이 안심하시는 환경에서 그 음식을 드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정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에요. 정신과 선생님과 함께 풀어가시기를 권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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